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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글을 쓴다.

왜냐면, 집 이사를 했고, 수술을 두번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아주 정신없는 삶을 살았다.

 

이사를 했다. 아주 간결한 이 문장 안에, (독일에서) 이사를 했다. 가 붙으면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

아주 아주 개똥같이 진짜 할일이 산더미 같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사 얘기가 아니라, 회사에서 있었던 좀 빡친 일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내 직책이  Head of 블라블라 로 시작한다. 남편은 그래서 종종 나를 해두 혹은 문두 (나는 문씨임) 이라고 부르는데..

그 말은 밑에 책임져야 할 엔지니어가 잔뜩 있다는 얘기다.

 

내가 담당하는 팀 원들 중에서는, 얼마전에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A와, 곧 출산휴가를 떠날 B가 있다.

A의 아가는 아주 작고 작고 작으며 아직 말도 못하지만, 키타(어린이집) 에 다니고 있는 상태이고, 모유수유 중이다.

B 는 아직 아기를 낳지는 않았지만, 모유수유를 끝까지 하고싶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상태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사내에 모성모호실이 없다는 사실을.

 

사실 모성보호실이 없어도, 재택근무를 Full로 할 수 있으면, 회의 없을때 아가들 맘마주고 할 수 있으니..

처음에는 HR에게 출산휴가 복귀자에게 등정 기간 동안 Full-remote Contract를 달라고 제안했다.

* 현 회사 상황 : 하이브리드(2일 홈오피스 / 3일 출근) 형태가 기본.
하지만 집이 멀거나 특정 상황에서는 Full-remote contract 싸인하고 재택근무 가능.

 

아니 그런데 이 빌어처먹을 인사과가 답변이랍시고

우리의 하이브리드 출근 모드는, 출산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에게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특별히 풀-재택 계약서를 줄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 

이라고 한 것이다.

 

야이 개똥같은 놈들아, 그러면 얘는 어디가서 아기 맘마를 통에 집어넣고, 어느 냉장고에 집어 넣으란 소리냐. 라고 분노에 차서 회의 대잔치를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독일인들은 오히려, 왜 그게 특이 케이스가 되는거지?? 라는 반응..

 

나는 분노에 휩싸여서 내 윗 선에게 난리난리 부루스를 추었다. 내 입장에서는 저건, 너무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오래일하다가 온, 나의 매니저(얘는  CEO 바로 아래라 힘이 좀 있지만, 문제는 나랑 다른 도시의 오피스에 있음)는 내 의견에 동의하고 Berlin Office 매니저에게 당장 해결 해 달라고 난리난리를 쳤다.

 

오케이 여기까지는 좋았음.

내가 원한 것 : 1. 모성보호자들이, Full-remote 재택근무를 특정 기간 동안 하게 하기(적어도 모유수유 끝날때까지는?)

2. 안된다면, 사내 작은 회의실 하나를 다 가려지는 룸 으로 변경 후, 모성보호자만 사용가능한 냉장고를 두기 (그 밖에 유축기나 뭐 이런거도 두게 하고... )

 

근데 결론은.... 결론은....

너네 팀 2층에 있지? 현재 2층에 있는 냉장고들 중에서, 너네쪽 파트 냉장고의 사용률이 높지 않아.
그러므로 거기에 너네팀의 모유수유자의 이름을 크게 붙여서 섹션을 만들고 거기에는 아무도 못쓰게 하자.
그리고 평소 회사에서 미팅 룸 예약할때처럼 예약해서, 거기에 커텐 쳐서 쓰면 되지 않아? 

 

 

아 물론 이 제안을 들은, 출산휴가 복귀자는 기겁을 했다. 냉장고에 자기이름 붙이고 못쓰게 하면, 사람들이 매번 볼때마다 물어 볼텐데.. 그건 너무 부끄럽고, 굳이 온데 "나 모유수유하고 있어요!!!!!" 라고 광고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이 친구는 아시아출신)

 

?????????? 나는 이쯤 가니까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너무한 걸 요구 하는 건가. 아니 왜 해결책이 이딴식으로 나오는거지? 회사가 돈이 없는거도 아닌데? 남는 공간도 많은데?

 

그래서 다른 나라 출신인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봤더니,

저런 공간은 처음 듣는다. 그건 알아서 해결해야지.
회사에서는 이정도면 할만큼 해준거 아냐?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필수는 아니잖아.

하는 반응이 대부분 이였다. 

 

 

여튼 그래서, 시간과 애는 오지게 썼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여기가 워낙, 남여간에 차별도 없고(그 얘기는 추가 이득도 없다는 소리다), 뭐 길에서든 어디서든 모유수유하는 사람 많이 보긴 했는데,

외국인이 많은 회사 내에서도 이럴 줄 몰랐다. ㅠㅠ 

 

 

잃은 것 : 시간(모성보호자x2번, 내 매니저x1, HRx4번), 커피 11잔

얻은 것 : 모유수유에 대한 이해 +2, 독일과의 문화 차이 이해도 +1, 팀원의 신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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