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임시 숙소 구하다가 사기 당한 썰 + 베를린 한인 민박 구한 썰
임시 숙소 구하기 글 에서처럼, 나는 베를린에 집을 구했었다.
왜 과거형이냐 하면.. 지금은 그 집이 더이상 나에게 유효하지 않으니까..
여러 베를린 부동산 에이전시 들 중, 실시간으로 답변이 가능한 사이트가 있어서 그곳에서 집을 구하게 되었다.
사실 여러 싸이트들의 반응이 굉장히 느려서 (메일을 보내도 천날만날 느릿느릿), 전화를 하면 가끔 상대가 영어를 잘 못하는것이 느껴질때가 있었음..
출국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다급한 것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매일매일 굉장히 스트레스였었다.
마침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 주는 사이트가 있어서(24시간! 채팅가능!)
어째뜬 피드백을 꾸준히 받으니, 뭔가 진행이 되는 기분이 들었고
금액이 조금 비쌋지만, 임시 숙소니까 그냥 그정도는 익스큐즈 하기로 했었다. (첫번째 달 월세가 거의 1800유로)
내 여권, 비자, 노동계약서, 계좌잔고증명서 등을 보내고 나서야 집주인의 연락처를 받게 되었는데
집주인의 연락처를 받고 보니, 그 곳도 에이전시였다.
그러니까
나 - 부동산 에이전시 A - 부동산 에이전시 B 형태가 된 것,
한달치 월세 + 수수료는 부동산 에이전시 A 가 페이팔로 지불요청을 한 상태였고,
이후 집주인(부동산 에이전시 B) 의 연락처를 받았다.
부동산 에이전시 B 와 부동산 계약 관련 계약서를 쓰고 (양쪽 다 싸인, 독일어버전 + 영어버전으로 이루어진 계약서)
안멜둥을 하기 위한 문서, Wohnungsgeberbestätigung 를 받았다.
나는 입주일(혹은 그 전에) 부동산 에이전시 B 사무실에 가서 현금으로 보증금만 내면
키를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출국하게 5일 전,
우리에게 테크니컬한 문제가 있어서, 너의 집이 2중으로 계약되었어. 그 집은 더이상 너에게 유효하지 않아.
대신 다른 가능한 집들 리스트를 알려줄께
라는 메일을 받았다.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에
잠들려고 수면유도제를 먹었던 상황이라, 이게 지금 꿈인가 생시인가 헷갈리기도 하고
시발 이게 뭔소리야 5일뒤면 출국인데?싶기도 하고
잠시동안 멍 하게 있다가..
부랴부랴 메일을 썻다.
부동산 에이전시 B 에게
나는 너네 업체를 통해 처음 계약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에이전시 A 를 통해서 월세 + 수수료를 냈어. 그러니 그쪽 싸이트에 취소 요청을 해줘. 그래야 내가 모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부동산 에이전시 A 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발생해서, 집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해 내 돈을 돌려받고 싶어.
그리고 나는 새로운 집이 필요해. 나한테 유효한 시간은 5일밖에 없어.
출근하게 될 회사 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발생해서, 최악의 경우에는 집을 구하지 못한 체로 독일에 가거나 혹은 입사일을 미뤄야 할 것 같아. 가능하니?
시작도 전에 스펙타클한 독일생활이구나!
조금 정신이 들고 나니, 독일 시간으로는 밤 11시 ~ 12시 사이 였고
당장 머무를 곳이 없다는 생각에 굉장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 물론 내가 연락한 저 세군대 다 답은 없었음..
급한건 나밖에 없구나 시발 이런 생각이 강해졌고,
자다가 새벽에 깬 남편이, 한인 민박에 연락해보라고 얘기해줘서
부랴부랴 급하게 한인민박 몇군데에 연락을 했다.
A민박 - 박람회 기간 때문에 이미 방들이 예약되서, 1인실이 없음. 따라서 받기 힘들다고 답해주심
B민박 - 박람회 기간 때문에 중간에 일주일정도 1인실이 없다고 함 -> 그때 방을 옮기면 될까요? 라고 물음 -> 답이 없으심
C민박 - 방이 있다고 함
D민박 - 방이 있다고 함
C민박의 경우에는 개인 방문 잠금이 가능한 방이 있는 곳 + A존 안이고 교통이 좋음 + 베를린 여행때 돌아보고 마음에 들었던 동네 근처였음
D민박은 방 사진이 한장밖에 없길래, 자세한 사진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후로는 답이 없으셨음..
그래서 결국 C민박에 가기로 했다. 사실 결정적으로 C민박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사장님이 친절하면서도 쓸모없는 말들을 하지 않아서였다.
나는 불친절한 사람은 괜찮지만, 비논리적으로 얘기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사장님이 정말 필요한 얘기들만 쏙쏙 해주셔서 굉장히 대화하기 편했음. 그리고 방문을 잠글 수 있다는거!!!!!! 이게 당연한건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옵션일 줄이야!!!!!
예전에 필리핀에서 생활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 방은 문제가 없었는데 딴방 싸움에 대한 한풀이 듣다가 하루 왠종일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았음 개짜증)
별일 없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곳에 있고 싶지 않았는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 수 없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