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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독일 사람들.

category 독일/소소한 일상 2020. 4. 26. 22:49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신라마트에서, 베를린 내의 A-B 구역은 주말에 직접 배송을 해 주신다.

그래서, 해당 마트에서 이것저것 (쌀 + 기타 먹거리들)을 잔득 주문했고,

사장님이 입구까지 배송을 해 주심.

 

+) 코로나 이후로 평소 가던 고아시아 / 리마트 / 메콩 대신에 온라인 마트들을 이용 중인데,

다와요는 확실히 김치빼고는 나머지가 좀 비싸고 해서, 김치 시킬때 빼고는 그냥 신라마트에 시킬 예정.

 

 

쌀과 기타등등을 받아들고 룰루랄라 거리면서, 입구에 현관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키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거기에 배수구(?) 같은 곳으로 쏙 들어갔다.

 

 

좀 더 자세한 사진.

 

 

 

?!

??????????? !!!!!!

 

나는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고장난 로봇처럼 멈추곤 하는데

오랜만에 또 멈춤을 당했다.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서 미친년처럼 웃기만 함.

사실 계속 꿈이 아닐까 라고 생각중이였음.

 

조금 있다가, 남편과 나는, 저 쇠망을 들어 올리려고 했는데,

들릴듯 들릴듯 땅에 박혀서 꺼내지진 않음.

 

우리가 쭈구리고 앉아있는걸 보고 오신 것 같은 느낌의 신라마트 사장님께서,

이거 부수면, 시멘트 칠 하고 이런거 다 물어줘야 한다며

켈러로 가서 안쪽 창문을 열고 저 키를 꺼내야 한다고 알려주심.

이웃 중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조언을 주심.

 

이 조언 아니였으면, 아마 아직도 저거 부수려고 하고 있었을듯.

베를린 신라마트 사장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독일어를 못하므로, 도대체 이웃 중 누구를 불러야 하나 아주 잠시 고민하기 시작.

왜냐면 대부분 우리가 마주쳐서 얘기한 이웃들은 영어를 못했기 때문.

 

이 와중에 갑자기 어제 택배 때문에 얘기를 섞었던 맞은편집 이웃이 생각남.

이 사람과도 독일어로만 얘기하긴 했는데,

그때도 왠지 관상(?)의 느낌이 마케팅/세일즈 (?!) 라서, 영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음.

 

일단 메인 도어 벨을 누르고,

(독일어로) 영어할 줄 알아?

(독일어로 대답) ㅇㅇ 할줄 알아

(이때부터 영어로) 안녕 나 며칠전에 마주쳤던 너네집 맞은편의 ㅇㅇ이야
다름이 아니라, 내가 지금 열쇠를 떨어트렸는데 그게 지하의 어딘가로 들어간 것 같아 보여.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대답) 앗 거기 켈러로 가서 창문 열어야 될텐데,
거기 일렉트로닉 박스들(?)이 있는 곳이라서 하우스마이스터 아니면 키가 없어서 못열꺼야.
일단 내가 내 캣토이를 가지고 입구로 내려갈께 기다려줘

 

 

조금 기다리니 맞은편 이웃이 옴.

일단 켈러로 남편이랑 같이 가서 창문을 열여서 키를 꺼내려고 시도했으나...

전기 측정기랑 뭐 이것저것 있는 구역이라, 막혀있어서 실패.

 

 

이후 그 이웃이 가져온 도구들로 열쇠 꺼내기를 시도했는데,

이웃이 가져온건, 아주 길쭉한 집게 + 조그마난 낚시 릴 같이 생긴 캣토이 + 자석

 

일단 그 낚시 릴 끝에다가 자석을 붙인 다음에,

그걸 키가 있는 바닥까지 내려서, 

천천히 키를 끌어올린 다음에 집게로 키를 꺼냈다.

 

 

생명의 은인!!!!!!!!!

진짜 매우 무한 감사!!!!!!!!!!!

 

 

그래서 덕분에 집에 들어와서, 마트에서 받은거 정리한 후 한숨 돌리고,

이웃에게 감사의 선물(한국 화장품 + 모찌 + 손소독제)를 드렸다.

 

 

 

 

생각해보면, 이게 나쁘게 흘러가려면 진짜.. 막..

한도 끝도없이 나쁜 상황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잠옷입고 물건 받으러 나간채로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주말에 키 없음 + 문따기 시전 + 열쇠수리공 사기당하기

+ 현관 입구 배수구 부서트림 + 물어주기

+ 아시안놈들이 도둑질하려고한다(?!) 라며 경찰 신고 등등

 

 

세상 감사한 이웃 덕에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종종 어떤 사람들은 너네가 운이 좋은거다. 라고 하긴 하던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진짜 엄청 친절했다.

 

나의 개똥같은 영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듣자마자 뛰쳐나와준 이웃에게 완전 감사하다. ㅜㅜ

 

 

 

 

+)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기간이 길어져서, 키의 소중함을 좀 잊고 살았었나보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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