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영어학원을 마치고 나면 맞은편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마시면서 영어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데,
얼마 전 내 옆자리에 맨발로 앉은 여자 때문에 몹시 화가 난 뒤로는 그 지점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아졌다.
내게 필요한건 전기선 + 와이파이 조합 이라서,
그 조건에 부합하는 영어학원 주변을 찾다 보니 "영통 도서관" 이 있었다.
마침 '의식의 기원' 도 읽고 싶었던 지라, 회원 가입을 하고 예약을 하면서 사이트를 돌아보다 보니
2017년 2월 16일에 "경기 북 콘서트" 라는 것을 한다며 신청자를 받고 있었다.
도대체 어느 작가의 어느 작품에 대한 건지를 찾을 수가 없어서
아주 조금 망설이다가, '뭐 어짜피 시간도 많은데 어때!'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누가 강연을 하는건지, 뭐에 대한건지도 모른 체 참석했고
입구에는 이런 캘리그라피들이 있었다. (여러 개가 있었지만, 내가 아는것만 찍어옴..)
나는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시를 이 분이 쓰셨는지 몰랐다.
그리고 시의 전체를 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저 "부분"은 시의 한 구절 이라 생각했지, 이게 시의 전체일 줄도 몰랐다.
혹은 그냥 이런 드립용 시..
자세히 보아야 이해한다.
함께 보아야 이해가 없다.
너도 그렇다.
세안횽의 '코오드리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꽃'
예쁘지 않은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것이 사랑이다.
나태주의 '사랑에 답함'
나태주 작가님은 나이가 많으셨지만 말씀도 잘하시고 유쾌하고 종종 생소한 단어- 내가잘 아는 단어지만, 내 스스로 구어체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같은 것들을 말함- 를 사용하셨다.
깔깔 웃으면서 듣느라, 필기를 못한게 많이 아쉬운데..
해주신 말씀들을 생각나는데로 읊조려보면,
1. 잡담
경기도 문화재청의 1년 예산과 충남문화재청?의 설립 비용은 비슷하다
2. 개인적인 이야기
오늘 다른 곳에서 강연을 하시고는, 아슬아슬하게 여기 도착 하셨음
차가 없으셔서, 다른 분들이 태워 주시곤 하는데 나태주는 '나좀 태워 주세요' 의 줄임말이라는 농담을 하심
최근에 전기 자전거를 구매하셨는데 국산 자전거는 150이고 중국산은 100을 하길래 그걸 구매 하셨다고 함.
평소에는 공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심.
-> 사시는 곳 근처에 풀잎 문학관이 있다고 함. 오늘은 거길 사모님이 지키고 있으시다고 함
-> 한달 여전 연예인 누군가가 와서 사진을 찍고 감 -> 연예인은 한번 돌아다닐때 10명 이상의 사람을 데리고 다님
-> 얘가 곧 영상과 책을 낼 꺼임
사모님과는 젊을때부터 함께 산책을 많이 하셨다고 함.
-> 부부끼리 무언갈 같이 하라는 이야기 셨음
-> 가난하면 딴거 있나, 그냥 산책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는거지. 이런 느낌?
쓸개가 3/4 망가지고, 신장이 반 이상 제기능을 못한다고 하심
-> 그래서 젊을때는 주정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술을 못드신다고..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채우셨고, 무슨 문화 어쩌고에서 뭔갈 맡으셨는데 올해 끝나신다고 함.
아주 어릴때는 그림 그리는 사람, 그 뒤에는 은행원이 되고 싶으셨다고 함.
3. 시 관련
시는 시골을 만들고 사람은 도시를 만든다
풀잎이나 마당 뭐 이런게 들어가는 시를 많이 쓰는 이유는 시골에 살기 때문이라고 답하심.
-> 이성선 시인이라는 분에 대해서도 새로이 알게 됨, 이 분 역시 별 같은 서정적인 시를 쓰신 분인듯
-> 이성선 시인의 작고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밝혀진 비밀 이라는 표현을 쓰셔서 신기한 표현이라고 혼자 생각함.
시인을 하게 된 계기는, 어떤 여성 분에게 차였기 때문이고, 그때 쓴 시를 박목월 시인이 뽑아줬다고 함
-> 하지만 2번째 시간에서, 그 전부터 시를 쓰고 있다고 얘기 하심. 따라서 윗 얘기는 웃자고 하는 말씀이신듯..
시인은 명사를 자신의 경험에 빗대서 아주 정교하게 다듬어서 시로 만들어 낸다.
-> 체험과 경험은 다른것인데, 체험은 한번 해본 것이고 경험은 그것이 아주 가슴에 사무쳐서 잊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시 에서 처럼, 자신은 남들이 잘 안가는 길을 골랐을 뿐이라고 하심
시는 시인이 쓴 의도보다는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함.
사실 '풀잎' 시는 교장선생님을 할 시절에,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그림을 엉망으로 그리는 것을 보고 잔소리를 하다가 쓰신 시라고 함.
풀잎3은 어린나이에 엄마를 잃은, 자신의 손자를 위해서 쓴 책이라고 이야기 함.
풀잎4가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만쓰라고 해서
'마당을 쓸었습니다' 는 아는 분이 매일 길가? 집앞? 을 쓸고 계시는걸
버스타고 지나다니면서 보다가 쓰게 된 것 같다고 하심.
4. 조언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라.
사소한 것들에게서 감사함을 느껴라.
40넘으면 배우자에게 시들시들해지지만, 그래봤자 더 좋은 사람 없으니 잘 살아라세상의 불행한 일이 3가지 있는데, 소년급제, 중년상처, 말년빈곤
예전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를 선물 받은 후 한번도 안읽었는데, 이게 도대체 어디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오늘 낭독해 주신 나태주 시인님의 시 들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혼자서 /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으로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마당을 쓸었습니다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으로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맆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