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주신경성 실신 + 아낙필락시스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객사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크게 들곤했다.
여기서 여러 병원에 갈때마다
아낙필락시스로 응급실에서 기절한 적이 있어요
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럼 그때는 빨리 응급실에 가라는 대답 뿐이였다.
하지만 오늘, 피부과에 가서 아낙필락시스 얘기를 했더니,
드디어 나에게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해주었다!!
심지어 에피네프린 주사 연습할 수 있는 키트도 주셨다!!
왜냐면 급해서 정신 잃어가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이 주사를 놔 주어야 할 수도 있는데
허둥지둥 독일어로 된 설명서 읽어가면서 나에게 주사 놓다가는,
내가 뒤질 각이기 때문.
아낙필락시스가 얼마나 지랄맞냐면,
갑자기 오 몸이 좀 이상한데 하다가
숨막히는 느낌/혓바닥이 지랄맞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시야가 Fade-out 되면서 기절함
나는 다행히도 아낙필락시스를 처음 겪을 때,
그전에 지랄맞게 온 몸에 알러지가 엄청나게 올라왔었고
응급실에 가서 접수하고 기다리세요 듣고는 응급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기절했다.
내가 쓰러지면서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무슨 드라마 처럼 사람들 열댓명이 내쪽으로 가운을 휘날리며 우루루루루루루 뛰어오는 거였다.
친절한 독일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에피네프린 주사 사용법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약들도 처방해 주었고
이건 진짜 까딱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단단히 교육 시키라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고 엄청 칭찬해 주셨다.
자기가 만난 한국인(아마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들 이였던것 같다) 들은
대부분 문법은 완벽한데 말을 거의 못했었다며,
나에게 언제부터 베를린에 살았는지 등등을 물어보았고
작년에 왔는데 영어로 일해야 되다 보니까 어떻게든 늘어난 것 같다. 근데 아직 독일어를 못해서 좀 그렇다
라고 했더니, 독일어는 살다보면 늘꺼라고,
영어를 이정도로 말할 수 있을 정도면 독일어도 금방 늘 꺼라는 희망찬 이야기를 뿜뿜 해 주었다!!!!
여러모로 기쁜 날이다.
이제 객사 위험성에서 조금 멀어졌고,
급할 때 어느 병원을 가야 맞는 약을 써 주는지 알게 되었고,
요새 영어 멍충이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좀 쪼그라들었었는데, 자신감도 뿜뿜 되었다!
+) 한국에서 아낙필락시스 때문에 에피네프린 처방 받을때는 약값이 15만원 정도였음
독일에서는 에피네프린 + 알러지 드링크(?!) + 다른 약 해서 19.70유로인데 보험사에 청구하면 돌려받음.